청마의 생애와 작품들
청마의 생애와 작품들
고열(苦熱)과 자신의 탐욕에
여지없이 건조 풍화한 넝마의 거리
모두가 허기 걸린 게사니 같이 붐벼 나는 속을
- 칼 가시오!
- 칼 가시오!
한 사나이 있어 칼을 갈라 외치며 간다
그렇다
너희 정녕 칼들을 갈라
시퍼렇게 칼을 갈아 들고들 나서라
그러나 여기
선(善)이 사기(詐欺)하는 거리에선
윤리가 폭행하는 거리에선
칼은 깍두기를 써는 것밖에는 몰라
칼을 발톱을 깍는 것 밖에는 감쪽같이 몰라
환도(還刀)도 비수도
식칼처럼 값없이 버려져 녹슬거니
그 환도를 찾아 갈라
비수를 찾아 갈라
식칼마저 모조리 시퍼렇게 내다 갈라
그리하여 너희를 마침내 이같이
기갈 들여 미치게 한 자를 찾아
가위눌려 뒤집이게 한 자를 찾아
손에 손에 그 시퍼른 날들을 들고 게사니 같이 덤벼
남나의 어느 모가지든 닥치는대로 컥컥 찔러
황홀히 뿜어나는 그 새빨간 선지피를
희광이 같이 희희대고 들이켜라는데
그리하여 그 목마른 기갈들을 축이라는데
가위눌린 허망들을 채우라는데-
그러나 여기 도둑이 도둑맞은 저자에선
대낮에도 더듬는 무리들의 저자에선
이 구원의 복음은 도무지 팔리지가 않아
- 칼 가시오!
- 칼 가시오!
사나이는 헛되이 외치고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