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의 생애와 작품들
청마의 생애와 작품들
나는 학이로다
박모(博募)의 수묵색 거리를 가량이면
슬픔은 멍인 양 목줄기에 맺히어
소리도 소리도 낼 수 없누나
저마다 저마다 마음 속 적은 고향을 안고
창창(蒼蒼)한 담채화(淡彩畵) 속으로 흘러가건만
나는 향수할 가나안의 복된 길도 모르고
꿈 푸르른 솔바람 소리만
아득한 풍랑인 양 머리에 설레노니
깃은 남루하여 올배미처럼 춥고
자랑은 호을로 높으고 슬프기만 하여
내 타고남이 차라리 욕되도다
어둑한 저잣가에 지향없이 서량이면
우러러 밤 서리와 별빛을 이고
나는 한 오래기 갈대인 양
- 마르는 학이로다